한옥을 짓고자 찾아오시는 분들은 꿈을 꾸고 오신다. 언론, 관광지, 주변에서 한옥을 보며, 낭만을 가지고 시작해 보지만, 현실은 그리 녹녹치가 않다. 우선 너무 적은 정보와 그로인한 방향 설정의 어려움이다. 그리하여 주변에 추천을 받거나, 물어물어 알게 된 설계자 또는 현장 소장, 대목을 찾아 이야기 한다.

‘그냥 잘 지어주세요’, ‘저는 아는 것이 없어요’

하지만, 이런 접근방식으로는 결코 꿈꾸던 한옥을 지을 수 없으므로, 비용이 더 나가고, 일부 덜 만족스럽더라도 이미 지어진, 고쳐진 한옥을 사시라 권해드리고 싶다. 물론 그 속에도 함정은 있다. 그 집이 지어진 과정을 모르니 속속들이 알 수 없고, 살면서 당황스러운 상황에 놓이는 경우가 있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우선, 건축주가 꿈꾸는 한옥을 지으려면 공부를 해야 한다. 선무당이 사람을 잡는다고, 어설픈 지식이 독이 될 수도 있지만, 적어도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 방향 정도는 이야기가 되어야, 설계에도 반영하고, 시공에도 반영할 수가 있는 것이다. 이미 지어진 후에야 이건 제가 생각했던 것이 아니라 말하면 참으로 난감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결혼 전에는 두 눈을 똑바로 뜨고 상대를 찾고, 결혼 후에는 한쪽 눈을 가리고 살라 했던가...’

한옥도 비슷하다. 공사를 시작하기 전에는 열심히 공부하고, 두 눈을 크게 뜨고, 신중하게 일을 의뢰하고, 공사를 시작하면 건축주의 모든 욕심을 다 채우기는 어려우므로, 적정선에서 현실과의 타협이 필요하다. 그리고 남의 집은 좋은 것만, 내 집은 만족스럽지 못한 것만 두드러져 보이기에 마음 상하는 경우가 많은데, 모든 집에는 그 나름의 고뇌가 있음을 말씀드리고 싶다.

다음은 시공자와 설계자의 선택부분이다.

시공자의 결정에 있어 한옥은 일반 건축과 달라서 누가 어떻게 지었느냐에 따라 그 기술에 따른 편차가 매우 크다. 무엇하나 기성품화 되어있지 않고, 상황에 맞추어 임기응변을 해야 하며, 현장마다 같은 재료가 들어올 수도 없는 현실 때문이다.

그리고, 설계자의 선택도 신중해야 한다. 한옥의 구조와 현장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설계자들이 많다 보니 현장에서 시공자로부터 설계자의 의견이 존중되지 못하고, 인허가에 필요한 업무 대행 정도로 생각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설계자는 건축주가 꿈꾸는 한옥을 디자인하여, 생활을 담을 수 있도록 합리적으로 공간을 계획하며, 건축주와 시공자의 의견을 현장에 맞추어 상황을 조율할 수 있어야 한다.

필자는 시장경제의 원리로 싸고 좋은 것은 없다는 생각이다. 시공자가 좋은 재료와 좋은 기술자를 함께하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시공비가 필요하며, 설계사무실에서도 수준 높은 설계자가 오랜 시간 고민하여 계획하고, 공사기간 동안 현장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비용이 필요하기에 적정선의 설계비가 필요한 것이다.

건축주는 한옥에 대한 공부와 더불어 시공과 설계에 대한 합당한 비용을 이해하고, 그 꿈을 시작하여야 한다. 건축주, 시공자, 설계자의 삼박자가 손발이 맞을 때, 건축주가 바라던 그 꿈에 더 가까이 갈 수 있을 것이다.